[아기와 스페인 한달살기] 만 20개월 아이와 스페인 장기여행을 결정한 과정|22박 23일을 선택한 이유

만 20개월 아이와 스페인 장기여행을 결정한 과정|22박 23일을 선택한 이유

만 20개월 아이와 22박 23일 동안 스페인을 여행했다.

성인 2명과 아이 1명, 총 3명이 함께했다. 바르셀로나에 오래 머물면서 시체스, 몬세라트, 지로나를 다녀왔고 중간에 그라나다에서 3박했다.

아이와 유럽을 23일 동안 여행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아?”

“그렇게 오래 여행해도 괜찮아?”

“짐은 어떻게 들고 다녀?”

여행을 준비할 때도 같은 고민을 했다. 아이는 아직 낮잠을 자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 했다. 오래 걷기 어려웠으며 갑자기 컨디션이 바뀔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더 클 때까지 모든 장거리 여행을 미루고 싶지는 않았다.

어른만 다니는 속도로 움직이지 않고, 아이와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고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광지를 많이 방문하는 여행보다 한 도시에서 생활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짧게 여러 도시를 도는 일정은 제외했다

처음부터 스페인 여러 도시를 빠르게 이동할 생각은 없었다.

유럽 여행 일정을 찾아보면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세비야, 그라나다 등 여러 도시를 짧게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끼리라면 가능한 일정이지만 만 20개월 아이와 함께하기에는 이동 횟수가 많다고 판단했다.

숙소를 옮길 때마다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짐을 다시 싸야 하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기차역이나 공항까지 이동한 뒤 다음 숙소의 체크인 시간도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이동 중 잠들거나 식사 시간이 겹치면 계획이 바로 달라진다.

도시를 많이 보는 것보다 숙소 이동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오래 머물고, 당일치기나 1박으로 갈 수 있는 근교를 추가했다. 다른 분위기의 도시도 경험하고 싶어 그라나다만 3박 4일 일정으로 넣었다.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 첫 체류 13박 14일, 그라나다 3박 4일, 바르셀로나 두 번째 체류 6박 7일로 나눴다.

시체스에서 1박할 때도 바르셀로나 숙소는 그대로 유지했다. 숙박비가 이중으로 들었지만 큰 여행가방을 옮기지 않아도 됐다. 기저귀와 아이용품, 아기띠만 챙겨 다녀왔다.

여행 기간을 22박 23일로 정한 이유

아이와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간을 길게 잡았다.

여행 기간이 짧으면 하루에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까지 갔는데 관광지 몇 곳만 보고 돌아오기는 아쉬웠다. 그렇다고 짧은 기간에 여러 장소를 넣으면 아이도 부모도 지칠 가능성이 컸다.

23일이면 하루 일정을 줄일 수 있었다.

하루에 관광지 1~2곳만 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식사, 낮잠, 산책, 놀이터, 카페에 사용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아이가 피곤한 날에는 계획을 바꿔도 전체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별도의 휴식일을 정해 놓지는 않았다.

대신 매일 해야 할 일을 줄였다. 오전 9~10시쯤 숙소에서 나가 오후 7~9시 사이에 돌아왔다. 아이가 숙소에서 낮잠을 자는 날도 있었고 유모차에서 자는 날도 있었다.

유모차에서 잠들면 숙소로 돌아가지 않았다. 카페에 가거나 식사를 했고 전시와 쇼핑도 했다. 아이의 낮잠 시간을 부모가 쉬거나 다른 일정을 진행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짧고 강한 여행보다 오래 머물면서 하루의 속도를 낮추는 방식이 맞았다.

스페인을 선택하면서 확인한 조건

여행지를 고를 때 관광지의 수만 보지는 않았다.

만 20개월 아이와 생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먼저 유모차로 이동할 수 있어야 했다. 숙소 주변에 마트와 식당이 있어야 했고, 주방과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는 숙소를 구할 수 있어야 했다. 아이와 방문할 수 있는 실내 장소, 공원, 놀이터도 필요했다.

바르셀로나는 이 조건에 맞았다.

실제로 여행해 보니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편했다. 목적지까지 택시를 이용한 뒤 유모차로 걸어 다니는 방식이 가능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같은 관광지뿐 아니라 공원, 해변, 시장, 과학관, 동물원까지 일정에 섞을 수 있었다.

도시를 걷다가 놀이터를 만나면 아이가 놀았고, 부모는 그 시간에 쉬었다.

서점이나 상점에서 동화책과 아이 장난감을 보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관광지만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도시에서 생활하는 기분으로 머물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바르셀로나에서 2~3개월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만 가지 않고 그라나다를 넣은 이유

바르셀로나 한 도시에서만 23일을 보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안에서 다른 분위기의 도시도 보고 싶었다. 여러 도시를 옮기지는 않되 한 곳 정도는 숙박을 포함해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고른 곳이 그라나다였다.

알함브라 궁전을 직접 보고 싶었고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풍경에서 쉬고 싶었다. 기차로 오랜 시간 이동하기보다 비행기를 이용해 왕복했다.

그라나다에서는 3박 4일을 보냈다. 알함브라 궁전뿐 아니라 그라나다 대성당과 알바이신 지구를 둘러봤다. 시내를 걷고 식당을 이용하는 시간도 가졌다.

여행 전에는 알함브라 관람이 그라나다 일정의 중심이었다. 실제로 다녀온 뒤에는 그라나다라는 도시에서 보낸 시간 전체가 기억에 남았다.

이번 여행에서 그라나다를 넣은 선택에 만족한다.

2월에 아이와 스페인을 여행하며 걱정했던 점

여행 전에 가장 걱정한 부분은 비행과 아이 컨디션이었다.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장거리 비행은 처음부터 부담이었다. 처음에는 왕복 모두 이코노미로 예약했다.

스페인 출발 전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는데 짧은 비행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 경험 뒤에 귀국편이라도 비즈니스 좌석으로 바꿔야겠다고 판단했다.

출국편은 이코노미로 이동했고 여행에서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귀국편은 비즈니스로 변경했고 돌아올 때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아이 식사도 걱정했다.

집에서는 시판 이유식을 먹인 횟수가 많지 않았다. 가능한 한 직접 만든 음식을 먹여왔다. 여행을 위해 실온 이유식을 준비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실온 이유식이 필요했다.

아이가 갑자기 배고파할 때 바로 먹일 수 있었고 현지 음식이 짜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다른 선택지가 됐다. 누룽지와 아기 간식도 준비했다.

숙소에서는 밥을 짓고 소고기를 구웠다. 마트에서 하몽, 올리브와 문어를 사서 먹었고 식당에서는 빠에야와 고기를 주문했다. 직접 조리한 음식, 현지 음식, 실온 이유식을 섞어 아이 식사를 해결했다.

모든 끼니를 평소처럼 준비할 수는 없었다. 대신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않았다.

여행 전에 정한 기준

여행을 결정한 뒤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첫째, 하루 관광지는 1~2곳만 방문하기로 했다.

둘째, 아이가 피곤하면 예약하지 않은 일정은 취소하거나 바꾸기로 했다.

셋째, 숙소는 주방과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우선으로 찾았다.

넷째, 유모차와 아기띠를 모두 가져가기로 했다.

다섯째, 아이가 배고플 때 바로 먹일 수 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여섯째, 도시를 많이 이동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준 덕분에 여행 중 계획이 바뀌어도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예정한 관광지를 방문하지 못해도 공원에서 놀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그날의 일정으로 받아들였다. 아이와 함께하는 장기여행에서는 몇 곳을 봤는지보다 하루를 무리 없이 보냈는지가 더 중요했다.

아이가 어릴 때 장기여행을 해도 될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23일이 길게 느껴졌다.

직접 다녀온 뒤에는 기간보다 도시와 여행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유모차를 사용하기 어려운 도시에서 매일 숙소를 옮겼다면 23일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대로 유모차 이동이 가능하고 숙소에서 밥과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면 장기여행도 가능했다.

아이와 장기여행을 한다고 해서 매일 아이만을 위한 장소에 갈 필요는 없었다.

아이 낮잠 시간에는 부모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놀이터, 동물원, 과학관과 공원을 일정에 넣었다. 가족 3명의 시간을 나눠 사용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다.

출국편 이코노미 비행은 예상보다 힘들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아이가 안경다리로 귀를 찔러 밤늦게 응급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날씨와 아이 컨디션 때문에 일정을 바꾼 날도 있었다.

그래도 여행 전체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다시 결정한다면 같은 여행을 선택할까

다시 돌아가도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긴 일정을 잡을 것이다.

첫 번째 에어비앤비는 위치, 넓이, 주방과 세탁 시설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한 숙소에 오래 머물면서 생활한 방식도 잘 맞았다.

시체스는 다음에는 2박 이상 머물고 싶다. 그라나다 일정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지금보다 더 오래 지내도 좋을 것 같다.

만 20개월 아이와 스페인 22박 23일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와 여행할 수 있을지 확신해서 떠난 것도 아니었다. 이동을 줄이고, 하루 일정을 줄이고, 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준비했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다.

아이와 장기여행은 가능했다.

다만 어른끼리 떠나는 여행과 같은 속도를 기대하지 않아야 했다. 관광지를 많이 보는 대신 한 도시에서 생활하고, 아이의 낮잠과 식사를 일정 안에 넣어야 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그 방식이 맞았다.

Screen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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